*영화의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영화 " 분노 "를 보시기 전엔 복수를 다루거나 제목 그대로 분노를 이야기하는 영화라 오해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의심"에 대한 고민과 사색을 관객과 공유하려는 영화로 봐야합니다.

 

 

 

두 시간 가까이를 더군다나 세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감정선만으로 관객의 몰입을 유지한다는건 보통의 연출력으로는 힘든 일

 

입니다. 당연히 이런 연출력은 많지 않은 작품으로도 인정받아 이상일 감독은 일본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연출가입니

 

다. 재일 교포 3세로 주요작으로는 2006년 "훌라걸스", 2013년 와타나베 켄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서부영화인 "용서받지 못

 

한 자"를 번안하여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악인"을 연출했습니다. 왠지 점점 연출력이 깊어지

 

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영화 "분노" 역시 많은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배우진은 워낙 일본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개봉되거나 흥행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 생소하실텐데요, 적어도 일본의 국

 

민배우이자 헐리웃 영화에서도 자주 보게되는 와타나베 켄은 아시겠죠? ㅎ ㅎ

 

 

요시다 슈이치의 원작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와타나베 켄, 미야자키 아오이, 츠마부키 사토시, 아야노 고, 마츠야마 켄

 

이치 등이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스타를 보기위해 보게되는 영화는 아닐것입니다. 감정의 몰입과 영

 

화가 끝난 후에도 여운이남는 영화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분노"는 인간에게 ‘진실’이란 사실은 ‘흔들리기 쉬운 믿음’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분노라기 보단 의심에 가깝다고 보았습니다.

 

 

 

영화는 세가지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며 진행됩니다. 각기 다른 이야기와 인물들을 잇는 공통점은 바로 도쿄에서 일어난 부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1년 후, 이 세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자들과 묘하게 닮아있다는 것입니다. 세 이야기의 주변 인물들

 

과 관객은 이 세 남자 중 누가 살인범일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영화속 주변인들의 의심은 관객의 의심과 거의 같은 속도로 조그만 씨앗으로 시작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갑니다.

 

영화가 관객을 몰입시키는 큰 장치가 바로 이 용의자들에 대한 의심과 모호함입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관객이 예상했던 그래도 가장 외모에서 점까지 닮아 확신했던 용의자는 범인이 아니며 가장 거리가

 

멀다 느꼈던 배낭족 남자가 범인임이 밝혀집니다. 영화의 반전인거죠.   

 
세가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1. 치바의 항구에서 일하는 요헤이(와타나베 켄)는 3개월 전 돌연 가출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를
리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이코는 항구에서 일하고 있는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에게 호감을 느끼고 결국, 사랑에 빠지지
만, 왠지 비밀스러운 타시로를 요헤이는 의심스러워합니다.
 
 
딸에게 아버지의 빚으로 야쿠자에게서 쫒기는 신세라는 걸 알게되면서 의심이 걷히는 듯 하지만 경찰이 살인범의 성형 얼굴
을 공개하면서 왠지 타시로를 닮은 듯한 얼굴에 요헤이는 다시 의심이 커져가고...
아이코마저도 타시로를 의심하여 결국, 경찰에 신고하고 맙니다. 상처받은 타시로는 아이코곁을 떠납니다.
지문감식으로 타시로가 범인이 아닌게 밝혀지자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상처를 준 것에 아이코는 오열합니다. 하지
만 떠난 타시로에게서 전화가오고 요헤이와 아이코는 사과하면서 다시 타시로와 상처를 치유하려합니다. 
 

2.  클럽파티를 즐기는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츠마부키 사토시)는 게이로, 신주쿠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와 하룻밤을 보
내고 동거를 시작합니다.
사랑의 감정이 깊어져 가지만, 유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오토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됩니다. 급기야 카페에서 한
여성과 만나 이야기하는 나오토를 보고, 나오토를 떠보는 질문을 하며 그를 의심합니다. 나오토는 떠나게 되고, 살인범이 잡
히고 나서 우연히 카페에서 다시 보게된 여인에게 나오토와 다시 만나려 전화번호를 묻는데...
여인은 같은 시설에서 자란 형제와 같은 동기로 나오토는 심장병이 있으며 한 공원에서 혼자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아울러 자기와 만난 그 날 ,유마를 의미 깊게 이야기했다는 사실도 듣게됩니다.
나오토는 유마를 믿고 의지했지만 자신은 의심했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오열하는 유마...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과 함께하고 싶었던 나오토의 마음을 알게되며 유마의 눈물은 그칠 줄 모릅니다.   
 
 
3. 오키나와로 이사 온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는 새로 사귄 친구인 타츠야(사쿠모토 타카라)와 무인도를 구경하던 중
배낭여행을 하던 타나카(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나게 됩니다. 
친절하고 상냥한 타나카와 친구가 되는 두 사람. 하지만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느 날, 오키나와 시내에서 타츠야와 이즈미가 데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타나카를 만나게되고 술자리를 같이 한 후, 헤어지는
데, 그만 술취해서 거리를 먼저 걷던 타츠야를 찾으려던 이즈미가 미군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됩니다. 이를 보고도 두려움에
이즈미를 돕지못한 타츠야는 이즈미와도 사이가 멀어지고 자신도 죄책감에 괴로워합니다. 
나중에 자신도 그 현장에 있었다며 고백하며 괴로워하는 타나카, 몇일 뒤 타나카는 미친듯이 타나카의 식당 기물을 파손하고
는 사라집니다. 그를 찾기위해 무인도를 찾아간 타츠야는 그에게서 이즈미의 성폭행 장면을 즐겼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
게되고 분노에 타츠야를 가위로 찌르게 됩니다. 나중에 이즈미는 무인도를 찾게되고 타나카의 낙서(소녀가 미군에 성폭행 당
하다 기절했어 졸라 웃겨!)를 지우려했던 타츠야의 흔적을 보곤 바다가에 가서 가슴속에 응어리진 상처를 비명으로 토해냅니
다.
  
이 영화에서 제가 궁금했고 주목했던 것은 범인의 심리입니다.
범인은 냉혈한 살인마라기보단 감정조절에 실패한, 다시말해 분노 조절에 실패한 사람으로 나옵니다.
왜 그가 더운 여름날, 물을 건네던 친절한 여주인에게 정작 분노의 원인제공자인 공사현장을 잘못 알려주고도 웃었던 직원에
게 표출해야할 분노를 엉뚱하게 다른 사람에게 풀었는지, 성폭행당하는 소녀를 즐기며 봤다면서도 식당 기물을 부수고, 벽에
분노자를 그리며 분노를 삭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요즘 소위 묻지마 범죄라는 말과 사건을 종종보게 됩니다. 분노조절 장애라는 말도 듣게 됩니다.
또한 자주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범죄들도 들여다 보면 정작 본인들의 스트레스나 증오, 분노의 원인제공자들이 아닌 아무힘
도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범인은 분노자를 벽에 새깁니다. 타인에게 분노를 표출하지만 사실 가장 큰 분노의 대상은 자기 자신입니다.
어쩜 타나카는 타츠야가 자신을 벌해주기를 바랬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찾아 온 타츠야에게 타나카가 비밀을 고백하고 소년을 해치기보다는 마치 십자가에 거꾸로 메달리는 모습으로 물구
나무를 서서 그대로 타츠야의 가위에 찔리는 장면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의심과 분노는 인간삶을 파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의 조절이 힘든 이유는 의심 분노가 무조건 나쁜것이 아니고
조절이 필요한 감정이란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분노할 일에 분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 필요하게 의심하고 분노
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감정은 다루기 쉽지 않은 감정이며 인생의 성숙과 더불어 그 중도의 지혜를
민해야할 숙제와도 같은 감정이라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이지만 상당히 깊은 생활의 철학적 사유를 해볼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적극 추천드립니다.
저의 영화 평점은 9점입니다. 꼭 보세요.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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