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영화 "박열"을 보고 왔습니다.
예고편에서 보여진 박열의 모습은 일본을 농락하는 괴짜 인물로 예측하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실존한 인물이라는 이 박열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엉뚱함으로 일본을 통쾌하게 농락하나를 기대하며
무겁지 않고 경쾌한 독립투사에 대한 이야기겠거니하고 보러 갔을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는 기대대로 일제시대 일본이라는 적국의 한복판에서 너무도 당당하게 또는 여유롭게 그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진상짓을 하는 박열이 등장합니다.
절대적인 갑의 위치일것 같은 일본인들의 당혹감이 우리 입장에서는 영화속에 코믹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인들이 보면 웃음이 안 나겠지만 말이죠. ㅎ ㅎ
그러나 영화를 보고나서 저는 개인적으로 세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그 첫번째는 박열의 아내로 나오는 후미코란 인물의 중요성입니다.
영화에는 박열만큼의 아나키스트가 등장합니다. 바로 그의 부인인 후미코(최희서)입니다.
어찌보면 박열보다도 더 아나키스트의 사상이 견고한 인물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
사실 박열의 투옥 이후 행적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여러번 전향을 시도했다는 말도있습니다.
물론 분명하게 확인된바는 아직 없습니다.
어쩌면후미코는 남존여비가 지금보다 훨씬 강하던 시대에 일본인이면서도 가난하고 위태로운 삶을 살지만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박열에게 반하여 동거를 시작하고 기꺼이 부인이 되었으며 심지어 사형이 나올께 뻔한 재판정에서도
자기 조국 천황의 허상을 꼬집으며 사형 주문 앞에 당당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일본인인 후미코가 내뱉는 천황제에 대한 냉소와 비판은 박열보다도 일본 권력층의 자존심을 심하게 건드렸을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녀는 타살 의혹속에 박열보다 먼저 일찍이 감옥에서 죽게 됩니다.
두번째는 박열이 단순한 독립투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그를 스스로 아나키스트라 말합니다.
즉 쉬운말로 그는 무정부주의자로 정치집단이나 사회적 권위로부터 일방적인 통제받기를 거부합니다.
그는 개인의 자유 의지, 더 나아가 인간의 자유를 지향하는 이념주의자 이상주의자인 것입니다.
그가 영화초반 폭탄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으로 관객은 그가 의사나 열사의 길을 가려는 독립운동가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가 우리나라의 독립을 원하고 지지하는 것은 맞으나 그의 삶을 보면
그의 항일의 모습은 여느 독립 운동가와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독립운동가들은 일제로부터 우리나라가 독립하는것을 절대적 목표로 하지만,
박열은 독립 지향의 뜻이 좀 더 큰 이상적 목표라 하겠습니다.
그가 바라는 독립은 우리나라의 독립을 넘어 어떤 집단이나 권력에게 개인의 자유가 맘대로 평가받고 통제되는 것에 대한
독립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후미코가 법정에서 외치는 만세의 의미가 바로 박열이 바라는 독립으로,
대한독립 만세의 의미를 포함한 보다 더 큰 의미인 나라 지배, 인간지배로 부터의 독립만세인것입니다.
그가 잔인하고 폭력적인 일본 정치 세력을 비웃을 수 있었던 원천은
" 난 당신들보다도 훨씬 자유로운 인간이라고.!!..."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영화에 나오는 박열 부부의 사진이 이 영화를 대표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진은 실제 박열 부부가 감옥에서 찍은 사진으로 두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이들이 얼마나 정신적으로도 자유로우며 일제와 비교할때 개인임에도 갑의 위치에 있음을 말없이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아내의 가슴에 손을 얻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크한 표정의 박열과 남편에 기대어 여유롭게 이 시간을 즐기는 듯
책을 바라보는 후미코에게서 위축된 사람의 공포심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미 이들은 이긴 것입니다.
일본 당국이 대역죄로 잡혀온 이들에게 끌려가며 감방에서 판사가 이런 사진을 허락하게 된 이유도
회유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 진실이라는 것에서 이미 그들이 졌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준익 감독이 자유로운 창작의 꿈을 가지게 되는 직업적 특성상 박열이 무척이나 부러웠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독립투사의 관점이 아니라 아나키스트의 관점에서 접급한것은 고증에 대한 책임도 있겠지만 감독
개인적으로 이들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부러움과 존경도 크게 작용한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자 이제 영화의 줄거리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후미코가 "개새끼"라는 시를 읽는 나래이션과 함께 인력거를 끄는 박열이 일본 손님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일본땅에서 무시당하며 하층민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조선인들의 상황을 이 장면으로 설명하고 있는 겁니다.
도발적이고 솔직한 박열의 "개새끼"란 시에 반한 후미코는 박열을 찾아오고 그 자리에서 동거를 제안합니다.
그렇게 박열과 후미코는 사상적 동지겸 사실상의 사실혼 관계를 시작합니다.
박열과 후미코는 "불령사"라는 조직에서 자신들의 사상적 교감을 이어가며 사랑을 키웁니다.
이 때, 박열은 동료와 폭탄 제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관동 대지진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되고 나라경제가 타격을 입자 민심은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자 조선인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던 내무장관을 주축으로 하는 정치 세력은
천황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탓다"는 시쳇말로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국민의 분노를 조선인들에게 돌리는 계략을 꾸밉니다.
이 음모로 자경단에 의한 조선인 학살이 발생하여 수많은 조선인이 억울하게 죽어나갑니다.
그러던 중 이 문제에 대한 시선 회피용 희생양을 원하던 일본 정부는
붙잡힌 불령사 조직원으로부터 폭탄이야기를 알게되고 박열을 대역죄로 꾸며 죽일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박열은 혐의를 부인하기보다는 당당히 천황을 암살하려 했다 말하고, 심지어 단식이나 재판거부등 협박아닌
협박을 하며 이런 저런 사항들(재판장과 같은 높이에 앉게 해달라 옷을 내맘대로 입게 해달라 서신을 후미코와
나누고 싶다, 후미코와 부부사진을 찍고 싶다등등)을 요구해서 일본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두 사람은 재판정에서 천황제의 허상을 지적하며 천황도 한 인간일 뿐이라며 강력하게 정치권력 사회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것을 비판합니다.
예상대로 둘은 사형선고를 받지만 역시 당당함을 잃지 않고 서로의 사랑을 더욱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둘을 사형시켰을 때 대한민국의 반발을 고려해 무기징역으로 감형시킵니다.
후미코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확실하지 않게 감옥에서 죽게됩니다.
슬픔에 잠긴 박열은 후미코와의 사진촬영을 회상하며 박열에 대한 이후 정보를 자막과 사진으로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나게 됩니다.
이 정도가 영화에서 나온 박열의 모습입니다.
박열에 대해 좀더 이야기하면 원래 이름이 박준식으로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습니다.
3.1운동으로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하류 노동자의 삶을 살게됩니다.
'흑도회(黑濤會)', 풍뢰회(이후 흑우회로 개칭), '흑로회(黑勞會)'등 여러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1923년 4월, 연인인 후미코등과 함께 비밀결사 '불령사'를 조직하고 보다 적극적인 반일 활동을 주도하였습니다.
이후 내용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1926년 7월 23일 가네코 후미코는 옥중에서 의문사하였습니다. 자살이라는 설과 당국의 암살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후미코의 시신은 박열의 가족을 통해서 경북 문경에 안장됩니다.
박열은 22년 2개월 동안 복역한 끝에 해방 이후(1945년 10월 27일) 석방되었습니다.
이후 도쿄로 돌아와 '신조선건설동맹'을 결성하였으며, 김구의 부탁을 받아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의사의 유해 송환의
책임을 맡았습니다. 이후 반공주의 노선의 신념을 밝혔으며, 신조선건설동맹은 타 우파 단체들과 통합되었고
재일조선인거류민단이 발족하였습니다. 박열은 재일조선인거류민단의 초대 단장으로 추대되었습니다.
1948년 양근환, 김구, 박열.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고 한국전쟁 도중 납북되었습니다.
1974년 1월 17일 평양에서 사망하였습니다.
1989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추서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영화의 평점은 8점입니다.
이번 영화에 나오는 최희서 양은 연극영화과가 아닌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학생이네요 ㅎ ㅎ
아담하지만 얼굴에서 아주 살짝 서기의 느낌이 드는 배우 최희서의 사진과 함께 오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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